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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미신의 하나는 인간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선인이라든가 악인, 현인, 어리석은 사람, 근면한 사람, 게으른 사람 등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본문 341쪽)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백작 가문의 아들이었던 톨스토이처럼 소설의 주인공인 네흘류도프 또한 공작이고, 톨스토이와 네흘류도프 모두 한때 방탕한 혹은 부정한 생활을 했으나 훗날 개인의 토지소유를 반대하고, 새로운 농업경영을 모색하며, 농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다. 톨스토이는 세계적으로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부활』뿐만이 아니라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도 수많은 독자에게 읽힌 작품이다. 네흘류도프 공작과 그의 고모댁에서 일하던 하녀인 카튜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두 사람의 사랑은 네흘류도프가 카튜사를 배반하고 떠나면서 안타깝게 끝나버렸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 당한 여인인 카튜사는 그날 이후로 선(善)과 신(信)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창녀로 살아가게 된다. 톨스토이가 소설에서도 썼듯이 착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로 인해서얻는 고통 중에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한 것은 그들이 더이상 신과 선을 믿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네흘류도프 공작과 카튜샤는 훗날 법정에서 재회한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매춘부로 살아가던 카튜샤는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살인, 절도의 누명을 뒤집어 쓰고 재판을 받는다. 네흘류도프 공작은 그녀의 공판 날 배심원으로 출석하여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얼굴을 알아보고 지난 날의 과오를 떠올린다. 군인으로 지내는동안 에고이즘을 키울대로 키운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한때 여자를 버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까봐 불안해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마음 속에서는 반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그 일이 훗날 자신을 어떤 길로 들어서게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소설에서 배심원들은 하찮은 방식으로 피고인의 유죄, 무죄를 판단하고 든다. 재판장은 분명 배심원장이 낸 답신서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서도 그저 재판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황급한 판결을 내린다. 아무 죄도 없는 카튜샤는 배심원과 재판장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녀는 이기적인 사람들, 무능력한 사람들,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희생양이었다. 네흘류도프는 카튜샤가 처한 부당한 현실을 목격하고 나서부터 육체적 존재(자신의 욕구대로만 살아가려는 동물적 존재)에서 벗어나 정신적 존재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때 주인공은 허위를 깨뜨리고 진실을 추구하자, 이제껏 잘못한 여인들에게 용서를 구하자는 마음을 먹는다. 네흘류도프는 카튜샤를 감옥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 이름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수차례 카튜샤가 있는 교도소에 면회를 가는데, 너무 많은 죄수들이 이유도 없이 고통을 받거나, 과중한 고통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에 따라 정신적인 구토감을 느꼈다. 그는 모든 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네흘류도프가 법정에서 카튜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가 반성과 후회를 발판 삼아 그릇된 일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그는 카튜샤를 감옥에서 꺼내주는 일 외에도 다른 징역수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자신의 소유지를 농민들에게 빌려주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토지경영법을 바꾸려 한다. 네흘류도프의 행보를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육체적인 존재에서 정신적인 존재로 살아가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그 정도 일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되는 셈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의 행동은 대단해보인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우면서 사는 것. 그게 현실에서 말처럼 쉬운 일인가. 소설의 문장에서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살기도 바쁜데. 물론, 그는 실천을 행동으로 옮기는 와중에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착착 진행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건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임에 틀림 없다. 그의 고민이 담긴 문장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갑자기 모든 일을 포기해버리고말면 어쩌나 걱정이들기도 하지만 다행히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적어도 1권에서만큼은) 몇십만의 인간이 한 곳에 모여 자그마한 땅을 불모지로 만들려고 갖은 애를 썼어도, 그 땅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온통 돌을 깔아버렸어도, 그곳에 싹트는 풀을 모두 뽑아 없앴어도, 검은 석탄과 석유로 그슬려놓았어도,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고 동물과 새들을 모두 쫓아냈어도, 봄은 역시 이곳 도시에도 찾아들었다. (본문 9쪽)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자니,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눈물이었다. 선한 눈물이란 몇 년 동안 그의 속에 잠들어 있던 정신적 존재가 눈뜬 것을 기뻐하는 눈물이었고, 악한 눈물이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덕에 대해 감동하는 눈물이었다. (본문 183쪽) 누구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격의 온갖 요소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어 어느 경우 그중의 하나가 돌출하면 똑같은 한 사람이라고 해도 평소의 그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본문 342쪽)
부활 은 톨스토이가 일흔이 넘어 완성한 만년의 역작이다. 집필을 시작한 후 일 년여 뒤 그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오늘의 시선으로 사물을 조명하면서 기나긴 숨결의 장편소설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 나 자신의 모든 구상들을 결합시킬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한 귀족과 창녀가 정신적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날 선 비판을 가하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자신의 사상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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