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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일, 호주제가 폐지됐다. 사회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이 무너진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제도를 왜 없애려 드느냐는 강한 저항이 있었지만 사회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아들, 특히 장남에게 부여되던 중요도가 개개인에게로 옮겨갔다. 허나 우리의 내면에 깃든 남성중심주의까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성 평등주의자로 지칭하는 이들조차도 은연중에 남성과 여성이라 하였을 때 기대되는 고정적인 형태의 성역할에 기대어 사고하고, 모두가 그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식의 언행을 보이고 있다. 남자니까 강해야 하고 여자기 때문에 집안일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제도가 바뀌었으나 다수가 그리 생각하기에 아직도 여성은 많은 측면에서 남성에 비해 약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3년 1판 1쇄가 발행된 이 책을 고리타분하다는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성 역할에 대한 학습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성별에 따라 다른 옷을 입히고 다른 장난감을 사주며 자신이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을 한다. 어느 정도 제 앞가림을 할 즈음부터는 여자아이라면 설거지를 한다거나 청소나 간단한 요리 정도는 스스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도록 만든다. 엄마가 자리를 비울 경우 제 아버지나 오빠 등에게 식사를 차려주어야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듣다보면 어느새 그 아이는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 안에 갇히게 된다. 남자 아이와 달리 여자 아이는 마땅한 롤 모델을 발견하는 것도 힘들다.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아버지를 닮고자 하는 남자 아이가 많은데 반해 여자 아이들은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열심히 공부를 해 남자 아이들보다 높은 성취도를 기록하더라도 결국에는 엄마가 되고 가사와 육아에 치이는 엄마의 모습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큰 무기력을 낳는다. 가정에서의 학습이 현실적이라면 대중문화 등을 통한 학습은 비현실적인 측면을 지니고는 한다. 일차적으로도 오로지 외모와 섹스어필 측면에서만 부각되고는 하는 여성 연예인의 존재는 사회의 왜곡된 여성상을 고착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충분히 말랐고 굳이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대다수의 여성이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몸무게를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데는 대중매체의 힘이 크다. 외모 또한 경쟁력이므로 성형수술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사고는 이미 보편적이다. 더 나아가 여성은 나약하고 완벽한 남성을 통해서만이 제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식의 편견 역시 드라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못해 불가능이라 말해도 무방할 지경이지만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을 갈망하는 것이 드라마에서는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드라마 속 여성의 모습에 익숙해진 남성들 역시 수동적이고 무능력한 것이 곧 여성적이라는 식의 곡해에 능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성을 논하면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차별이 차별인 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꽤 길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등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상당히 길 수 밖에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것도 물론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제 삶에 깃든 가부장적인 부분들을 고쳐나가는 것은 변화를 부르는 마중물과도 같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대다.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면 삶은 견딜만할 거다.
여성 상위 시대, 알파 걸이란 표현이 등장한 21세기에 여전히 ‘세상의 절반, 여성 이야기’가 유효할까. 1993년 출간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세상의 절반, 여성 이야기 는 17년 세월 동안 달라진 한국 사회의 모습과 여전히 남아 있는 남녀 차별적 상황을 고루 담고 있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은 물론, 문학과 대중매체 속의 남녀차별 이데올로기를 지적하는 한편, 여성과 남성이 건강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호주제 폐지와 여성 비정규직 급증과 같은 현 세태를 적극 반영하는 원고를 추가했으며, 기존 원고 중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했다.

또한 각 장마다 수록된 「본문 돋보기」는 현재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면 교체했으며, 청소년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확장할 수 있도록 ‘생각해 볼 문제’를 수록했다. 한편 새롭게 구성된 ‘동화?마당극 써 보기’는 세태를 반영하는 동시에 현실 대안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고자 했으며, 청소년들 스스로가 성차별적으로 쓰인 작품을 새로 써 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여는 글 박정애 (소설가, 강원대 교수)

들어가는 글 _ 쉽게 쓰는 이야기 여성사 이덕주 (대방고 교사)

1부 가정, 학교, 사회에서 길들여지는 여성

1. 시집가면 출가외인? 이젠 옛말! 고은광순 (여성 운동가, 한의사)
「본문 돋보기」

2. 여성의 본보기 신사임당(?) 우리교육 출판부
「본문 돋보기」

3. 엄마처럼 살기 싫어? 엄마처럼 살고 싶어! 박정애 (소설가, 강원대 교수)
「본문 돋보기」

2부 문학과 대중 매체 속의 여성들

1. 문학과 여성 우리교육 출판부
「본문 돋보기」

2. 대중매체 속의 여성 조은미(등원중 교사)
「본문 돋보기」

3부 건강한 사랑은

1. 비뚤어진 성 인식을 바로잡는 길은 이덕주 (대방고 교사)
「본문 돋보기」

2. 건강한 사랑을 가꾸는 길은 이덕주 (대방고 교사)
「본문 돋보기」

4부 우리는 세상의 절반

1. 꽁트 써 보기 _ 여자는 왜?
2. 마당극 써 보기 _ 다 함께 웃는 명절
3. 동화 써 보기 _ 새로 쓴 ‘신’데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