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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수고하십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고, 어려운 곳이 대형마트의 계산대가 아닐까? 대부분 상행위에서 ‘수고 하십니다.’라는 말은 기본적인 대화가 아닐까? 물론 ‘어서오십시요.’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다. 하지만,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환한 미소, 깔끔한 복장, 화장과 반복적인 말이 웬지 기계적인 반응으로 느껴지는 곳, 그곳이 대형마트이고, 판매장일 것이다. 또한 이런 복장이며 행동들은 그들의 고객 응대 메뉴에 이라나. 환한 조명, 갓 나온 수많은 물건들이 어서 나를 사라고 외치며 서있는 곳, 하지만, 그 많은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 보이고 싶지 않은 곳이기에 철저히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투쟁기이다. 그것도 가장 인간미가 없는 곳인 대형마트에서. 인간의 정과 동지애로 똘똘 뭉친 아줌마와 아저씨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를 외치는 점거 농성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왜 이 사람들은 이곳을 점거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와 사주에 맞서는 그들의 최후의 수단이었기에…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라는 제목같이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해고자 복직, 차별 없는 노동 대기업노조같이 ‘월급인상, 상여금 얼마니’ 하는 그런 파업이 아니다. 생계가 걸린 문제,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그들을 물러설 수가 없다. 계산대는 거의 8시간의 휴식 없이 서서 근무한다니 당신이라면 견딜 수 있을지. 나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해내고, 힘겹지만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이런 그들 앞에 17개월 해고니, 교육이니, 간접고용이니 하는 덫이 놓여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점거농성과 복직투쟁은 300일 이상 계속된다. 정말 쉽지가 않은 일이다. 가정을 책임지는 많은 부녀자들에게는 더 힘들 일인 것이다.언제부터 생긴 비정규직이라는 이상한 자리,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더 많다니 비정규직 세상이 되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간단히 보면 이익추구, 기업의 목표는 주주들의 이익의 추구에 있으니 할말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닐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나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힘겹게 사는 삶 도와주지는 못하는 망정, 쪽빡은 깨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지. 일을 못해서 해고되는 것도 아닌, 아니 해고도 아니란다. 그냥 계약해지란다. 그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어서, 지도해야 할 이류인간으로 만들어 희생을 강요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데모나 노동운동은 대학생들이 하는 것이었고, 힘센 노조의 남성노동자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남을 일 보듯이 한 것도 사실이다. 사람에게 내 일이 아니면, 그렇게 느끼기가 쉽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세계적인 경쟁을 핑계로 힘들어지는 국내외 상황에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투쟁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거창한 민주화니 노동해방이니 하는 구호보다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 물러설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왜? 이렇게 싸울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이 문제(비정규직 문제)를 피하면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당사자가 나서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들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의 싸움임을 연대를 통해서 확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혼자 할 수 없는 일?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다. 평범하다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착취와 차별해서야 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나는 해고되지 않고, 승진할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더 실적에 목을 메고 조직에 충성한다. 하지만, 계급의 사다리는 점점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기에 대부분 낙오자가 되는 게 지금의 시스템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약한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통한 나의 존재를 키우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이미 가진 자들은 먹고 살 걱정을 안 해도 되기에 더 발전하고 부를 쌓아갈 수 있는 구조이다. 대기업에 취직한다는 것 조차 배경이 안 되는 사람들은 들어오기가 힘들다고 하니. 그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바둥바둥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런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그것은 우리들의 선택이다. 이 점거농성을 바라보는 시각. 이랜드 사건이냐? 이랜드 투쟁이냐? 그들은 말한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는 당신이 판단하기를. 세상은 불만족스럽고 불평등한 곳인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과연 저 사람들이 왜 저럴까를 고민해 본적이 있는지. 너무 억울해서 점거농성에 동참한 사람들, 정부는 노사자율해결이라는 무지개빛 해결책을 제시하고, 회사의 불법은 눈을 감고, 노조의 불법을 눈에 불을 켜고, 무엇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자체가 문제로 일상적인 폭력(차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평생 꾹 참고 살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다만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 서비스 노동의 표준화(포드주의화)를 통한 노동과정의 완전한 기계화를 바라며 이익 착취에만 급급한 기업들이 존재하는 한 인간소모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는 않다. 계속되는 공장자동화 등 기계화와 전세계 저임금 국가로 이동하는 공장, 점점 인력은 기계로 대치될 것이다. 이전에 그려진 공상과학 소설처럼, 인간에게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올 것이 아니라. 실업이라는 처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필요가 적어지는 세상, 소수의 인간을 위한 봉사(서비스)를 제외하면 그렇게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우리 인간의 몫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저렴하게 먹고, 마시고, 입는 많은 것들이 제 3세계의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얻은 결과이기에. 그들의 미래로, 우리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간이 중심 되는 세상. 이랜드일반노조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데 뭉쳐서 벌인 공동투쟁으로 주목할만하다. 점점 늘어나는 귀족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대립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이기에, 여성노동자들 중심으로 그들만의 연대를 구축한 점이 돋보인다. 여성노동자들을 동정적, 시혜적 시선으로만 보려는 우리에게 경종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사건의 주체로 당당히 서는 이들을 보면서 남성중심의 한국노동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 같다. 하지만, 노동운동은 사회운동이나 시민들의 연대 없이는 그 지속성과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함께하는 모습, 비정규직 없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을지. 수고하십니다라는 말을 건 내고, 미소로 화답하는 그런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나누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녀(그)들의 삶과 투쟁의 일기장 같은 책으로 대화형식으로 엮었기에 더 진실되게 꾸밈없이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긴 시간의 이랜드투쟁은 해고자들을 원직으로 복직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2007년 6월 점거 농성으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랜드 노동자들의 파업 1년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무작정 이들에 대한 도움을 호소하거나, 이 싸움이 왜 정당한 것인지를 주장하지 않고, 이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의 노동자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다가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낙관과 해학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희망을 일궈간다는 자부심과 시간이 길어질수록 쌓여가는 비관이 얼마나 많이 교차했었는지 그 삶의 결이 생생히 전해진다.

그리고 이들의 경험이 우리 가슴에까지 전해졌을 때, 이같은 생생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이랜드 사태의 여러 가지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였다. 이랜드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충격과 그 의미,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삶을 파괴하는 ‘손해배상 청구’ 문제, 한국 여성 노동 문제, 자본주의의 확장과 서비스 유통업의 관계 등에 대한 인식으로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한국사회에 위치한 좌표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을 내며
나를 이끌어 준 힘

1부 따사로운 봄날, 투쟁이 만개했다

인터뷰1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건 모멸감이에요
사진에세이 이마트 노동자의 하루
인터뷰2 골뱅이와 맥주 한잔, 오늘의 투쟁 암호
인터뷰3 이기든 지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거 같아요
인터뷰4 정규직이라고 비정규직 싸움에 안 나온다는 게 말이 안돼요

미니인터뷰:정현정 월드컵점에 분회를 만들자, 노조를 만들자
미니인터뷰:안성민 설 재정 사업 홈에러 쇼핑
연대글 당신 인생의 이야기

2부 우리의 틈새를 보았지만

인터뷰5 나한테, 어떤 희망적인 말을, 그런 답을 원하지 말아요
인터뷰6 노동해방 세상 말로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인터뷰7 파업을 일으키기는 하겠지만 오래는 못 가겠구나

미니인터뷰:윤성일 그 누구보다 조합원들이 축하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미니인터뷰:오석순 비정규직, 모든 사람들이 함께 풀어 가야 할 문제
연대글 삶 자체를 다르게 구성하는 운동을 꿈꾸다

3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거 같아요

인터뷰8 그때 생각하면 진짜로 따사로운 봄날 같아요
인터뷰9 그때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하게 됐어요

미니인터뷰:이장주.오주영 월드컵분회 율동패 신화를 만들다
연대글 이 발걸음이라도 힘이 된다면

4부 나와 이랜드
그들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이랜드 투쟁과 21세기 자본주의의 속살
손해배상 청구, 법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폭력
민주노조 패러다임의 극복과 지역, 여성 그리고 연대

부록
이랜드 조합원들의 편지
이랜드일반노조 투쟁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