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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의 영화 영웅 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사랑하던 연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주위에는 온통 모래들 뿐이다. 삭막하면서 애처로운 그 곳에서 파검은 끝내 비설의 검을 피하지 않는다. "왜 피하지 않았지?" "그래야 믿을테니까." 앞의 정치적인 내용들 보다도 내 마음 속 깊이 각인되던 그 장면. 파검은 왜 비설의 검을 피하지 않았을까.
비설과 파검이 활약하던 시대는 진시황이 막 천하통일을 이루려던 시대. 즉, 전국시대 말기다. 중국사에서 가장 혼란했던 시대인 춘추전국시대는 가능성의 시대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능력있는 자는 중하게 등용되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많은 나라들이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서는 등 극히 어지럽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나라의 영광과 함께 일어서거나 사라지거나를 반복했다. 나라를 잃은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알아 줄 권력자를 찾아서 나라를 전전했으며, 그런 이들의 대부분은 시대 상황에 맞게 모사나 무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자객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인 예양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지백을 섬겼으나 지백은 조양자에게 살해 당했다. 그에 복수를 다짐한 예양은 자신의 외관을 망쳐 가면서까지 모든 것을 걸어 조양자를 죽이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두 번의 시도 중 첫번째는 예양의 의리를 높이 산 조양자가 그를 풀어주어 살아났으나, 두번째에는 조양자 역시 예양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예양은 조양자의 옷을 요구하였고, 그 옷을 베어버림으로써 예양은 지백의 원한을 갚을 수 있었다.
연의 태자가 진시황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어 그를 죽이고자 했을 때, 전광은 형가를 추천했다. 태자는 그를 보기를 원하며 전광에게 이 일을 누설치 말 것을 당부했다. 전광은 그러겠다고 약속한 후, 형가를 찾아가 그에게 일을 맡긴 후 자살한다. 섭정은 자신을 알아 준 엄중자를 위해 그의 원수인 한나라 재상 협루를 죽인 후 자신을 감추기 위해 얼굴 껍질을 벗기고, 눈을 파낸 후 자결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하나 남은 누이에게 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누이인 섭영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의로운 동생이 이름을 남기지 못해서는 안된다며, 섭정의 시체 옆에서 사흘을 울다 죽는다.
사람들은 예양이나, 전광, 섭정 등을 협(俠)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대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알아 준 이에게 스스로 보답하기 위해 행동한 것이고, 바로 그 점이 협의 행동양식이었다. 그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알아 준 이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으나, 일단 한 번 그런 이를 만나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답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한다면 한다. 는 행위준칙 아래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협에게 있어 자신의 행위를 믿어준다는 것은 자신 그 자체, 즉 존재를 믿어준다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광은 연의 태자가 자신을 의심하자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입으로 비밀을 지키겠다 했으니,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않은가.
이제 파검이 칼을 놓은 이유를 알았다. 비설은 연인으로써, 동지로써 파검을 믿었으나 마지막에 가서 파검은 비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동지를 믿을 수 없다면 더 이상 동지가 아니다. 그는 적이다. 적을 사랑할 수 없었던 비설은 파검에게 검을 겨누었고, 믿음을 잃은 파검은 곧 존재 자체를 의심받은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죽음으로써 믿음을 보여주고자,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협으로써 행동하는 일은 변화를 꾀했다. 이전에는 자신을 알아 준 이가 있음으로써 자신이 협으로써 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천하가 통일이 되어 더 이상 나라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그들은 스스로가 협임을 온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의로운 일을 하여 자신이 협임을 알렸고, 그들이 모여 강호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강호인들의 무용담은 떠받들어져 전승되어왔고, 마침내 살아있는 전설을 만들어 내었다.
무협. 무사들의 도리, 그들의 행위준칙. 이제 어느 정도 강호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제 겨우 시작을 이야기 할 뿐이다. 더 많은 의미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와 책을 읽어야 하겠지. 기대되는 일이다.
중국문화에서 무협은 단순한 현상이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민간 전통에 뿌리는 둔 고유한 삶의 양식이다. 그래서 무협을 알면 그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가 보인다. 이 책은 무협이라는 코드로 읽을 수 있는 중국을 말하고 있다.
무협이 뭐길래?
협, 당신은 누구십니까?
협으로 산다는 것
영웅의 이름으로
인재강호, 사람이 있는 곳에 강호가 있다
살아 있는 전설,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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