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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오르고 2024. 2. 10. 13:00


소피가 가는 곳에는 오직 죽음뿐이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살인자가 되어 있었고 어린 레오가 죽어있는 것을 봤을 땐최소한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조차 꿈 꿀 수 없게 되었다.새로운 이름을 얻기 위해 소피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일 뿐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위험속에서도 근원적인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고 지키고 있는 소피에게 새로운 삶을 준 프란츠는 지금 소피에게 유일한 보호자이며 소피가 그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유일한존재다. 그러나, 소피가 가는 곳마다 죽음들 뿐인 이유,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지 못했던 나는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에서 다룬 전반부는 온통 죽음뿐인 암흑속에서 소피를 따라다니는 것조차내게는 힘겨운시간들이었으며 그녀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자신의 죽음이든 그 어떤 것이든 죄에 대한 댓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 알렉스 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소피에 대한 시선이 바뀌게 된 것은 프란츠가쓰고 있는 일기때문이었다. "왜 알렉스여야 했을까?"에 이어 "왜 소피여야 했을까?"란 의문은피에르 르메트르가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을 비슷하게 이끌어가고 있기때문이지만 알렉스와 소피 두 주인공이 타인에 의해 파괴된 자신의 삶의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는완전하게 상반된 결과를 보인다. 알렉스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적극적으로대처했지만 감히 자신의 행복을꿈꾸지 못했고소피는자신의 행복만을위해 남아 있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너무나 많은 불행한 일들이 있었지만 이를 바로잡기 보다는 안정된 삶을 원했던 소피가 알렉스처럼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소피가 겪은 불행과 아픔만큼 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지금과 같은 결말은 뭔가 부족해 보인다. 소피가 자신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바로잡을 수는 없었을까. 누군가의 시선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느꼈을 때할 수 있는것은 없었을까. 소피는 몇 번이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놓아둘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다.소피의 일상이 타인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아갔다면 아이를 낳고 뱅상과 함께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인데 이제는 그녀의 행복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타인에 의해 철저하게 삶이 파괴된 사람은 소피가 아닌 그 누구나 될 수 있었지만 꼭 소피여야만 했다. 이것이 너무나 끔찍해서 타인의 집 안까지 훤히 바라다 보이는 아파트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내밀한 사생활이 세상에 드러나고 살인이 이렇게 손쉽게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섭다.우리가 살아가는 그 어느 곳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경찰이 등장하여 소피를 쫓고또 다른 축으로 그녀와 프란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면지금과 다른 느낌의 소설이 만들어졌을 것인데 무척이나 아쉽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좀 더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결말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알렉스 에서 카미유에의해해결된 사건을 봤기에경찰이등장하여 소피를 쫓게 되었을 때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가 알렉스 와 다른 소설로 차별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미유가 등장하지 않은 아쉬움은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카미유가 등장했다면 그에 의해 모든 진실이 드러났을 것이다. 누구의 손에 의해 진실이 드러난들 무슨 상관이냐만은그냥 그렇다는 말이다.나는 좀 아쉬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눈물 속에서 잠을 깬 소피 옆에는, 그녀의 운동화 끈에 목이 졸린, 여섯 살 레오의 시체가 놓여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채, 죽은 아이를 두고 달아난다. 낯선 여자의 신분증을 훔쳐 도망치려던 소피. 하지만 또다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1급 수배대상인 된 그녀의 숨 막히는 도주가 시작된다.

소피는 들끓는 수사망을 피해 완벽한 신분위장을 계획하고 결국, 지옥 같은 날들에 종지부를 찍을 최후수단으로 낯선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고 마는데...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는 알렉스 로 대표되는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와는 별개의 구성을 가진 단행본으로, 남편과 아이, 시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점차 심해지는 정신이상증세로, 잇따른 비극에 내몰리는 광기어린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피에르 르메트르 특유의 서사 구성력과 독자의 강한 감정 이입을 불러오는 입체적인 인물 묘사는, 이번 작품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특히, 알렉스 와는 또 다른 교차편집의 대칭구조가 충격적인 서사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 치밀한 추리 기법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다채로운 서사 변환과 비정한 황량함이 더한 하드보일드 풍의 문체는, 독자를 잔혹하고 암울한 서스펜스와 주인공과의 숨 막히는 교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알렉스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능숙한 솜씨
실업자